마음 건강

<책을 읽자> 모순_양귀자

onething-c 2025. 6. 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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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진진이라면 누구를 선택했을까

『모순』은 양귀자 작가가 1998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20대 후반의 주인공 안진진의 시선을 통해 가족, 사랑, 가치관의 혼란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모순을 탐구한다.

이 작품은 당대 청년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세대 간 갈등,

사회 구조 속의 이중성과 허위의식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작가의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줄거리

주인공 안진진은 20대 후반의 여성으로, 서울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며 출판사에서 일한다.

겉으로는 자유롭고 개성 있는 삶을 살고 있지만, 내면은 늘 공허하고 갈등으로 가득하다.

소설은 그녀가 자신과 가족의 과거, 인간관계, 사회적 억압 속에서 겪는 혼란과 성찰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진진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자신의 출생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큰 충격을 받는다.

그녀는 자신이 어머니의 외도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이로 인해 가족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흔들린다.

더불어 그녀의 연인이었던 기형철과의 관계도 애정과 집착, 실망이 뒤섞이며 복잡하게 얽힌다.

이후 진진은 현실과 이상의 차이, 인간의 이기심과 위선을 냉철하게 바라보며, 자신과 화해하고자 하는 과정을 거친다.

소설은 진진이 내면의 갈등을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낸다.


주제 및 시사점

『모순』은 제목처럼 인물들과 사회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모순을 조명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중심을 이룬다.

  • 가족의 위선과 이중성: 가족은 사랑과 지지를 주는 공동체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상처를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진진은 가족 안에서 사랑받는 딸이었지만, 출생의 비밀을 통해 그 이면의 거짓과 침묵을 보게 된다.
  • 정체성과 자아의 혼란: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타인의 시선과 기대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다.
    이는 1990년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일반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 현대 사회의 도덕적 혼란: 소설은 개인 간의 관계 속에 숨겨진 위선과 자기합리화,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모순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사이의 가치관 충돌도 중요한 요소다.
  • 여성의 자립과 자각: 진진은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려는 주체적인 인물로, 전통적 여성상과는 다른 존재다.
    그녀의 혼란과 방황은 결국 여성으로서의 자아 정립이라는 측면에서도 읽힌다.

인상적인 명문

“내가 믿고 의지해온 모든 것들이, 사랑이, 가족이, 정의가 허울 좋은 모순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장은 소설 전체의 정조를 잘 드러낸다.
진진은 스스로를 둘러싼 모든 관계와 신념이 모순으로 가득하다는 자각을 통해 성장한다.
진실을 알게 되면서 고통받지만, 그 고통이 곧 성숙의 계기가 된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안진진은 출생의 비밀, 가족의 위선, 사랑의 배신, 자신의 내면 갈등 등을 하나하나 마주하면서도, 결국은 그것들을 외면하거나 도피하지 않고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녀는 처음엔 이 모든 것에 충격을 받고 무너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모순들이 세상과 인간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진진은 더 이상 "완전한 진실"이나 "흠 없는 사랑", "이해와 화합으로 가득한 가족" 같은 이상적인 것들을 믿지 않는다.

대신, 불완전함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그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갈 수 있다는 현실적인 태도로 변모한다.

이러한 변화는 그녀가 더 이상 외부에서 정체성을 찾으려 하지 않고,

모순된 현실과 자기 자신을 함께 껴안는 주체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결론의 의미

  1. 모순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수용의 대상
    진진이 겪은 가장 큰 깨달음은, 세상은 논리적이지 않으며,
    사랑이나 정의, 가족 같은 가치들도 언제나 모순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순이 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부정하거나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그 모순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2. 자기 자신과의 화해
    진진은 끝없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방황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과거의 진실과 주변의 위선적인 관계, 사랑의 실패까지도 모두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자기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자아로 거듭난다.
  3. 현실적 이상주의의 제안
    『모순』은 낙관적인 결말을 내리진 않지만, 그렇다고 비극이나 절망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절망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 세계는 불완전하고 복잡하며, 완벽한 해결은 없을지라도,
    인간은 그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모순』의 결론은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 완벽한 가족도, 사랑도, 인생도 존재하지 않는다.
  • 세상은 언제나 모순적이지만, 그 안에서도 인간은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다.
  • 진정한 성숙은 모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모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처럼 『모순』의 결말은 단순한 이야기의 종결이 아니라, 삶에 대한 철학적 태도의 전환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소설 속 진진처럼, 독자도 자신과 세계의 모순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성찰의 순간이 되는 셈이다.


『모순』은 단순한 성장 소설을 넘어서, 인간 존재와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특히 자아 탐색의 과정에서 겪는 혼란, 가족의 의미, 사회적 위선 등의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며,

독자에게 공감과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 존재 자체가 모순적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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