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건강

<책을 읽자>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onething-c 2025. 6. 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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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삶이 서글펐다

그래도 그 주변의 손길들이 따스해서 다행이였다.

우리 사회에도 주변에도 자세히 돌아보면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 작가 **에밀 아자르(Emile Ajar)**의 대표작으로, 본명은 로맹 가리(Romain Gary)이다.

1975년 발표된 이 작품은 프랑스 문학상 중 가장 권위 있는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존재들의 삶을 어린 화자의 시선을 통해 묘사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줄거리

주인공이자 화자는 **열 살 소년 모모(Momo)**이다.

그는 어릴 적 어머니에게 버려진 채 파리의 한 빈민가에서 로자(Rosa) 할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로자는 나치 강제 수용소를 경험한 유대인 노인으로,

과거에는 창녀였으며 현재는 창녀들의 아이들을 대신 맡아 키워주는 일을 한다. 모모도 그 아이들 중 하나이다.

모모는 공식적으로는 열 살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나이는 더 많다.

그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거리에서 터득한 날카로운 관찰력과 순진하면서도 때로는 철학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로자의 허름한 아파트에는 다양한 국적과 종교,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모모는 이들과 교류하며 자란다.

하지만 로자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고, 노쇠해진 그녀는 기억력도 잃어간다.

보호자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모모는 사회복지 시스템이나 다른 어른들로부터 떨어지기 싫어, 로자를 지키기 위해 애쓴다. 결국 로자는 병세가 심각해지고, 모모는 로자의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키며 숨겨진 방에서 그녀를 조용히 돌본다.


결말

로자의 죽음은 이 소설의 절정이자 결말이다.

사회적 체계에서는 그녀를 요양원에 보내야 했지만,

모모는 로자의 “기계에 매달린 채 죽고 싶지 않다”는 소망을 존중하며,

그녀를 숨겨진 다락방에 모시고 조용히 임종을 지켜본다.

이 결말은 단순히 한 노인의 죽음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마지막 순간에 대한 선택권, 그리고 조건 없는 사랑을 상징한다. 모모는 비록 어린아이지만, 로자의 마지막을 누구보다 인간적으로 대하며, 어른보다 더 성숙한 사랑과 책임감을 보여준다.


시사점 및 주제

■ 사회적 소외와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

이 작품은 창녀, 유대인, 아랍인, 빈민, 버려진 아이 등 사회적으로 주변부에 있는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리고 이들을 연민이나 동정이 아니라 동등한 인간으로, 존엄한 존재로 그려낸다.

■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본 세계의 모순

모모의 시선은 종종 무지하고 단순하지만, 때로는 가장 날카로운 통찰을 드러낸다.

그는 종교, 인종, 가난, 죽음과 같은 주제들을 어린아이 특유의 언어로 다루며, 기존 사회질서의 모순을 조명한다.

■ 사랑의 다양한 얼굴

로자와 모모의 관계는 피로 맺어진 가족이 아니지만, 진짜 가족보다 더 깊고 진실된 유대를 보여준다.

또한, 로자가 맡아 키우는 아이들과의 관계,

거리의 인물들이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은 공동체적 사랑과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 인간의 존엄과 죽음

로자는 죽음을 앞두고도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답게 죽고 싶어 한다.

이는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바람을 보여주며, 생명에 대한 깊은 존중을 담아낸다.


인상적인 명언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아무리 사랑받지 않아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문장은 모모의 내면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사랑받지 못한 존재처럼 자랐지만, 그 결핍 속에서도 스스로 살아가는 방식을 배워야만 했던 아이이다.

그럼에도 그는 로자와의 관계에서 결국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다.

“살아 있다는 건 누군가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 거야.”

이 문장도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타인의 기억과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정의하는 이 표현은,

로자가 죽은 후에도 그녀가 모모의 마음속에 살아 있음을 암시한다.


문체와 서술 방식

소설은 모모의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며, 문장은 유머와 아이러니, 서투른 문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일부러 어린 화자의 말투와 시선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이로 인해 텍스트는 때로 순진하고 우스꽝스럽지만, 동시에 깊은 철학적 울림과 슬픔을 담는다.

이 서술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모모와 더 깊이 연결되게 하며,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전달한다.


『자기 앞의 생』은 단지 한 소년과 노인의 삶을 그린 이야기를 넘어,

사회적 약자, 사랑, 존엄, 인간다움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

가난한 아랍 소년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계는 비극으로 가득하지만, 그 안에는 따뜻함과 희망도 함께 존재한다.

모모는 성장하고, 사랑을 배우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리고 독자는 그를 통해, 진정한 인간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누가 진짜 가족이며, 무엇이 진짜 사랑인가라는 질문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그늘진 곳에 놓인 삶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드는 위대한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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