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가 없다면, 책이 없다면, 역사가 없다면
미래의 우리 세대는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 수 있을까
지구가 종말하고 우주 행성을 떠돌며 살아가게 되는 날이 온다면
지구에 살았던 우리를 누군가는 기억하고 이어갈 수 있을까
도나 바르바 이게라(Donna Barba Higuera)의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The Last Cuentista)』는
2021년에 출간된 청소년 SF 소설로,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2022년 뉴베리 메달(Newbery Medal)**과 **푸라 벨프레 상(Pura Belpré Award)**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이다.
장르적으로는 디스토피아적 요소가 섞인 우주 이주 이야기지만,
핵심은 기억, 이야기, 문화, 정체성의 힘을 다룬 감동적인 성장 서사다.
줄거리
주인공은 13세 소녀 **페트라 페냐(Petra Peña)**이다.
그녀는 지구가 혜성 충돌로 멸망하기 직전, 가족과 함께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로서
우주선에 탑승해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게 된다.
이들은 인류의 미래를 이어가기 위한 마지막 희망으로 선택된 이민자들이다.
우주선 내부에서 긴 수면(동면) 상태에 들어가며,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우주를 항해한다.
그러나 페트라는 새로운 행성에 도착한 후 깨어나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한다.
인류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명분 하에 구성된 과학자 집단 "집합체(The Collective)"는,
모든 사람의 기억과 이야기를 지우고, 개인 정체성을 말살한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려 한다.
이들은 다양성이나 문화, 옛 가치보다 질서와 통제, 단일성의 유지를 최우선시한다.
그 와중에 페트라는 수면 상태에서도 기억을 잃지 않은 유일한 생존자이며,
자신의 기억과 이야기, 전통을 간직한 마지막 존재가 된다.
그녀는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전해들은 멕시코 전통 설화와 옛 이야기들을 기억하며,
‘이야기 전달자(Cuentista)’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받아들인다.
이제 페트라는 지워진 기억의 세계에서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되살리고,
억압적 시스템에 맞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뿌리려는 여정을 시작한다.
결말 (스포일러 포함)
페트라는 점점 더 많은 아이들과 비밀리에 소통하며,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자율성과 감정을 일깨운다.
이야기들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자아의 본질, 과거의 기억, 저항의 메시지로 작용한다.
집합체는 그녀를 위협하며 제거하려 하지만, 페트라는 두려움보다 용기를 택한다.
결국 페트라는 이야기의 힘으로 반란의 불씨를 지피고,
완전히 통제된 사회 속에서 인류 본연의 다양성과 상상력, 감정을 지키려는 싸움의 중심에 선다.
결말은 완전한 승리도, 완전한 비극도 아닌, 변화의 가능성을 품은 열린 결말로 그려진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녀가 '이야기'를 통해 인간됨을 지켜냈다는 점이다.
주요 주제 및 시사점
● 이야기의 힘과 정체성
페트라는 단지 소설 속 주인공이 아니라, **문화와 전통, 인간의 감정을 지켜내는 '기억의 수호자'**이다.
이 소설은 이야기(설화, 전통, 기억)가 단지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미래를 이끌어갈 생명의 힘임을 강조한다.
● 디스토피아적 통제에 대한 저항
집합체는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감정, 예술, 다양성 등을 제거한다.
그러나 이 통제는 개인의 자유를 말살하고 인간성을 박탈하는 디스토피아로 전락한다.
페트라의 저항은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회복이다.
● 문화적 뿌리와 이민자의 목소리
페트라는 멕시코계 미국인 소녀로, 작가는 이민자 가정의 문화적 전통과 정체성을 중심으로
다양성과 다문화주의의 가치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다.
이는 이민자 아이들이 겪는 언어, 기억, 정체성의 상실과 복원을 상징하기도 한다.
● 청소년의 성장 서사
페트라는 처음엔 두렵고 혼란스러운 아이였지만, 이야기의 힘을 통해 용기와 자아를 찾는다.
이는 자기 발견과 자아 형성의 과정이며, 모든 청소년이 겪는 성장의 상징적 은유이다.
상징과 구조
- Cuentista (이야기꾼): 단순한 옛이야기 전달자가 아니라, 기억과 진실, 문화의 전승자로 설정된다.
- 집합체(The Collective): 개성과 다양성을 말살한 전체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은유.
- 동면 상태의 기억 삭제: 기술이 인간의 본질을 통제할 수 있다는 위험한 상상력의 구현.
- 우주 이주: 물리적인 공간 이동이 아니라, 정체성과 기억의 유지 여부를 묻는 정신적 여정의 상징.
인상 깊은 문장 (의역 포함)
“이야기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창이다.”
이 문장은 작중 반복되는 주제어로, 기억과 이야기가 곧 인간의 존재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강조한다.
“그들이 세상을 다시 만들 수 있다면, 나도 다시 기억을 심을 수 있어.”
페트라는 무력감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와 기억을 통해 세계를 바꾸려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이야기를 통해 부서진 인간성을 복원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단순한 청소년 SF 소설을 넘어,
문화, 정체성, 인간성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품은 작품이다.
이야기가 없는 세계는 상상할 수 없으며, 기억과 말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뿌리임을 강력하게 전달한다.
도나 바르바 이게라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인류의 미래가 아무리 첨단 기술 속에 있더라도, 그것을 이끄는 힘은 결국 '이야기'일 것이다.”
이 소설은 특히 청소년, 이민자, 이야기꾼, 작가, 교육자 모두에게 깊은 울림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현대적 고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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