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짝짝이 운동화로 뛴 아침 러닝 – 한바탕 웃었다.

onething-c 2025. 6. 14. 20:16
반응형

토요일 아침.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새벽 공기는 유난히 맑고 상쾌했습니다.

새벽 6시 무렵, 저는 러닝을 위해 일찍 눈을 떴습니다.

창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촉촉한 흙냄새, 이른 시간 특유의 정적,

그리고 적당히 선선한 기온까지. 모든 조건이 완벽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신발장 앞에 서서 아무 생각 없이 하얀색 운동화 한 켤레를 집어 들고는 곧장 집을 나섰습니다.

신발장에는 비슷한 흰 운동화가 세 켤레나 있었는데,

바쁜 아침 러닝 준비 와중에 그 차이를 제대로 살필 겨를이 없었습니다.

우장산 근린공원까지 가는 길, 공기가 너무 좋아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공원 내 축구장 트랙에 도착하자마자 가볍게 몸을 풀고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일곱 바퀴 정도를 뛰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날은 다섯 바퀴만 돌고도 몸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호흡이나 다리의 피로보다는 발의 착화감이 묘하게 어색했는데,

당시에는 단순히 컨디션 탓이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러닝을 마치고 공원 언덕길을 따라 천천히 집으로 내려오는 길.

맞은편에서 오던 몇몇 사람들이 슬쩍 제 발을 보고 다시 제 얼굴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습니다.

'내 옷차림이 이상한가?' 하는 생각에 무심코 고개를 숙여 발을 보는 순간—놀라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운동화를 짝짝이로 신고 나왔던 것입니다.

두 짝 모두 뉴발란스 브랜드이긴 했지만,

한쪽은 메쉬 소재의 러닝화, 다른 한쪽은 약간 무게감 있는 가죽 워킹화였습니다.

색도 흰색이긴 하나 미세한 광택감과 쉐입에서 차이가 났고,

무엇보다 착화감과 높이가 서로 달랐습니다.

 

그제서야 모든 의문이 풀렸습니다.

왜 오늘은 유독 트랙에서 몸이 무겁게 느껴졌는지,

왜 러닝 내내 집중력이 흐트러졌는지 말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러닝을 마치는 순간까지도 저는 전혀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짝짝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난 뒤'부터 발이 더 불편하게 느껴졌고,

걸음걸이조차 어색해졌습니다.

놀랍도록 명확한 체험이었습니다.

인식이 행동과 감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낀 경험이었으니까요.

저는 이 해프닝을 단순히 ‘실수’로 치부하지 않고,

스스로의 인식과 감각, 그리고 '몰랐을 때의 편안함'에 대해 곱씹어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내 몸의 모든 감각을 제대로 인식하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만약 우리가 모르는 상태에서는 불편하지 않다가,

인지한 후에야 불편해진다면—우리의 감각은 어디까지 ‘객관적’일 수 있을까요?

‘인지’라는 것은 때때로 축복이지만, 때로는 짐이 되기도 합니다.

운동화의 짝이 다르다는 사실을 모를 땐 가볍게 달릴 수 있었지만,

알고 나서는 발의 감각이 그제야 불편함을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몸은 생각보다 ‘인지’라는 필터를 거쳐 감각을 재해석하곤 합니다.

 

오늘의 작은 해프닝은 제게 커다란 인지 실험이자, 삶의 유쾌한 교훈이 되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운동화를 신기 전 꼭 짝이 맞는지 확인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몰랐기에 편했던 순간'도 꽤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일상 속 실수는 때때로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고, 인식의 한계와 그 경계를 탐색하는 기회가 되어 줍니다.

오늘 아침, 짝짝이 운동화로 시작된 러닝은 단지 달리기의 의미를 넘어,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 시간으로 남았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