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건강

<책을 읽자> 파과, 구병모

onething-c 2025. 5. 1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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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제목을 보고 파괴를 잘못 본건가 하고 생각했다.

조각, 그녀의 심경이 변화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던게 

살인 청부 업자로 타겟을 관찰하던 중

폐지를 줍는 노인를 도왔을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감정에 동요가 생기고 소통하고 다른 사람을 돕고 

그러면서 자연히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여인으로

 

구병모 작가의 장편소설 『파과』는 60대 여성 청부살인업자 '조각(爪角)'의 삶을 중심으로,

노화와 쇠퇴,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기존의 여성 서사와는 다른 독특한 시각을 제공하며,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연민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파과'는 '파과(破果)'와 '파과(破瓜)'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파과(破果)'는 흠집 난 과일을 의미하며, '파과(破瓜)'는 여자의 16세 또는 남자의 64세를 뜻하는 표현이다.

작가는 이 두 가지 의미를 통해 조각의 삶의 시작과 전환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줄거리

주인공 조각은 45년 경력의 청부살인업자로, 업계에서는 '방역'이라는 용어로 불리는 일을 수행해왔다.

그녀는 감정 없이 임무를 수행하며 살아왔으나, 어느 날부터 주변의 고통과 상처에 눈을 뜨게 된다.

딸을 잃은 의뢰인의 슬픔, 폐지를 줍는 노인의 고단함 등 타인의 아픔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는 조각이 과거에 살해한 남자의 아들 '투우'와의 대립으로 이어지며, 그녀의 삶에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결말

조각은 그녀를 도와준 의사 선생, 그리고 그의 딸과의 관계를 통해 인간적인 감정을 회복하지만,
결국 의사 선생의 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다.

그녀의 죽음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재정립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조각의 선택은 노년의 삶에서도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주요 인물

1. 조각 (趙各)

      • 본명 미상, 65세의 여성 청부살인업자.
      • 업계에서는 '방역'이라는 은어로 불리는 일, 즉 청부살인을 수행해온 베테랑.
      • 인간적인 감정이나 연민을 배제하고 살아왔지만,
        점점 타인의 고통에 민감해지고 스스로의 감정에도 눈을 뜨게 된다.
      • “조각”이라는 이름은 **“조각난 삶”, “조각내는 자”**라는 이중적 상징을 지닌다.
      • 그녀는 세상에서 ‘소외된 존재’이자, 동시에 ‘위협의 도구’로 기능하나, 소설이 진행될수록 연민과 윤리의식을 회복하는 인물로 변화한다.

2. 투우

      • 조각이 과거에 제거했던 대상의 아들.
      • 성장 후 조각의 존재를 추적하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그녀를 마주한다.
      • 다만 단순한 복수귀로 그려지지 않고, 조각과의 대화와 대치 속에서 자기 내면과의 갈등을 겪는다.
      • 조각에게 처음으로 죄책감과 반성을 일으키게 한 존재.
      • 이 인물은 조각의 과거를 상징하는 동시에, 업보의 환기자이자 변화의 기폭제이다.

3. 의뢰인들

      • 조각에게 ‘방역’을 의뢰하는 여러 인물들로, 그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억압받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 그들은 조각의 살인을 통해 일종의 정의 구현이나 복수를 원하지만,
        조각은 그들의 사연을 통해 자신의 감정적 균열을 자각하게 된다.
      • 특히 딸을 잃은 어머니의 의뢰는 조각에게 강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4. 폐지 줍는 노인

      • 조각이 한밤중에 우연히 마주치는 인물.
      • 말없이 길거리를 전전하며 살아가지만, 조각은 그에게서 노년의 고단함과 존엄성을 본다.
      • 이 인물은 조각이 자신의 삶과 노년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한다.

5. 조각의 ‘가족’ 혹은 과거의 그림자들

    • 소설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으나, 조각이 살았던 과거에 대한 회상 속에서 언급된다.
    • 그녀는 딸이 있었던 것으로 암시되며, 그 상실 또한 그녀의 현재 정서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 이 존재들은 조각이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온 이유를 보여주는 배경이자, 그녀의 상실감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인상적인 문장

  • "아무리 구조가 단단하고 성분이 단순 명료하다 해도 사람의 영혼을 포함해서 자연히 삭아가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 "딱 하나 오해하지 말았으면 하는 게 있는데, 내가 말이 안 된다고 한 건 그 형아가 서른여섯이고 당신이 예순다섯이라서가 아냐.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이지, 무려 자식뻘하고."
  • "그것은 어쩌면 일종의 깊은 애도. 어떤 구체적인 설명이나 동의도 없이 자연스레 그리된 입맞춤도,
    깍지를 낀 서로 다른 두 개의 손도 절망과 슬픔의..."
  •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
    하나의 존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혼이라는 게 빠져나갔는데도 육신이 더 무거워진다는 것은."
  • "사람들은 자기가 가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꼭 남더러 갈 곳을 끈질기게 묻더라.
    당신 지금 자기가 뭐 하고 있는지 정말 알기나 해? 아는 건 단 하나, 목적지는 몰라도 하여튼 가고 있다는 사실뿐이지."
     
  •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파과』는 노년의 여성 킬러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삶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다.
조각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삶의 다양한 측면을 성찰하게 하며,

새로운 여성 서사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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