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산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이에게 근대역사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여행지였고, 여러 곳을 방문하며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대했던 장소 중 하나는 경암동 철길마을이었습니다.
과거 실제 열차가 다녔던 주택가 사이의 철길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독특한 공간이라는 설명에 흥미를 느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생각보다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마을의 분위기보다는 너무 상업적인 요소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철길 옆으로 늘어선 뽑기 기계와 각종 상점들은 마치 과거의 정취보다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자극적인 요소로만 채워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아이가 뽑기를 즐기긴 했지만, 철길이라는 공간이 원래 지녔던 삶의 흔적이나
역사적 분위기는 오히려 흐릿해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 속에서 문득 베트남 하노이의 기찻길마을이 떠올랐습니다.
그곳은 지금도 실제 기차가 지나가는 철길을 사이에 두고 현지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관광객들은 그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체험을 합니다.
물론 그곳도 시간이 지나며 상업화의 길을 걷고 있지만,
최소한 ‘일상과 공존하는 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는 본질을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비교 속에서 다시금 고민하게 된 것은,
왜 우리나라의 지방 도시는 외국인 관광객이 적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군산은 역사적으로도, 지리적으로도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근대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리와 바다가 어우러진 항구도시지만,
그 자체의 색깔은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일본만 해도 교토나 가나자와 같은 지방 도시들은 도시 자체의 고유한 분위기와 전통이 자연스럽게 살아있고,
이를 토대로 지역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비슷한 형태의 대형 카페, 포토존,
먹거리 위주의 상업시설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체성 있는 공간보다는 SNS에서 인기 있는 소비 요소에 집중한 결과,
지역마다 차별점이 흐려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는 일제강점기의 문화 단절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조선시대 말기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많은 전통 건축물과 지역 문화가 훼손되고,
일본식 건물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며 원래의 정체성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문화적 보존보다는 개발이 우선시되었고,
이는 오늘날 지방 도시에서 ‘전통적 분위기’를 찾기 어렵게 만든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관광 개발이 아니라,
지역이 지닌 본연의 역사와 삶의 결을 복원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입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단기적인 트렌드에 기대기보다는,
지역 고유의 이야기와 문화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눈에 보이는 자극적인 요소보다는
그 나라만의 분위기, 일상, 역사 속 숨결을 느끼는 여행을 더 선호합니다.
군산의 경우도, 근대역사박물관이나 이성당, 초원사진관처럼 과거와 현재가 조화된 장소들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철길마을 역시 현재보다 본래의 모습을 살리고,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거듭난다면 군산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아이에게는 물론 저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시간들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방 도시가 단지 ‘볼거리’가 있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와 정체성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발전해나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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